사랑과 평화 안에서
4-H 선생님!
안녕하셔요?
가을 타는 남자가 몇자 적어봅니다.
오늘 가을 하늘 참 좋다.
바람 불어 더 좋다.
가야산에 오르는 길
오랜만에 정 크리스티나가족,
차요셉피나, 김소화데레사,
손흥성선생과 함께
붉게 불타는
가야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길가에 할머니 볼 닮은 붉은 감을
3000원어치 사서 나누어 먹어보니
어릴 때 먹던 맛이 난다.
우리는 남연군 묘를 보며
한국 제일의 지관 손석우가 되기도 했고
빨간 단풍을 보며
시인이 되기도했다.
서산, 당진에 이토록 순박하고
아름다운 쉼터가 또 있을까.
그곳에 가면 여럿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눌 곳 있어 좋고,
자연 닮은 갖가지 초록들이
형형색색 마음을 즐겁게 해 주어 좋고,
훈훈한 시골풍경 때문에
한없는 여유와 너그러움을 가질 수 있어 좋은 곳.
바로 내 마음의 수채화 같은
편안함이 다가오는 '한농원'으로 가보자.
고북면 소재지 소방서 뒷길로 들어서면
바로 눈앞에 드넓은 농원이 보인다.
그곳에는 아직도
늦 포도가 송이송이 매달려 있어 입구에서 부터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곳곳에 총총 심어져 있는 국화는
채 이른 꽃을 피우지 못해 잔뜩 움츠려있고
3동의 꽤 넓은 비닐하우스가 마련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 보니
정말 흥부네 마을 박 모양의 길고 둥근 박이
천지로 매달려 있다.
초록의 빛이 가득한
비닐하우스 안에는
박과 국화와 포도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군데 군데
시화(詩畵)를 전시해 놓아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는 거다.
금방이라도 천정에서
뚝
떨어질 것만 같은 커다란 박을
밧줄로 엮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게 했고
발아래는
잘잘한 소국이 그 향기를 발산하려 때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집 막내 여동생 닮은
하얀 박꽃이 너무도 청아하여
하마터면
그 꽃을 손으로 딸 뻔하였다.
다섯 손가락 닮은
꽃잎이 쪼글쪼글한 것이
우리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 같았고
뾰족하니 끝의 날카로운 모양은
아직 덜 영글은 내 모습 닮았다.
푸근하고 넓은 품안으로 들어 와
점 하나 찍어 놓은 노란 꽃술은
머나 먼 후일을 기약이라도 하는 듯
다소곳이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토록 순박하고
청순한 모습의 박이 찌든 일상을
모두 털어 버리게 하는 것이다.
저 박 속에는
진짜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 있을까?'
주책 맞은 생각으로 즐겁다.
진정 소박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조금은 비어서 덜컹거리는
맛에 즐거운 모습은
나의 꿈이다.
2003.10.30
충남 당진 미호중학교 4-H지도교사 이인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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