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평화 안에서
요즘 들어 날이 너무 좋다.
밖으로 뛰어 나가고 싶다.
그런데 찬바람이 귓볼을 지나간다.
갑자기 지는 낙엽을 보며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며,
상념의 계절이며,
방황의 계절이다.
왠지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면
나만 혼자인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바람 불어 옷깃을 여밀라치면
나만이 고독한 것 같아
자연을 벗 삼지 않으면
이내 마음의 병이 들어버릴 것만 같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데
아마도
난 전생에 남자가 아니었나보다.
내가 유난히 가을을 좋아하고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가느다란 이파리 출렁거리며
기우뚱거리는 길가의 코스모스가 예쁘고
물기없는 듯 메마른 억새풀 꽃이 고개 숙이며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 마음을 닮은 것 같아 괜시리 눈길이 머물고
그러기에 가까이서 보듬어주고픈
동정아닌 동정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떠난다.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너를 만나러 간다.
아우성치는 인파에 몰려 꺾어진 모습을 보지 않으려
일찍 다가간다.
발자욱 소리조차 웅성거리지 않기 위해
아무도 몰래 그곳에 머물다 오리라.
등허리엔 배낭을 메고,
머리엔 흰 모자 꾹 눌러쓰고,
긴 남방 너풀거리며 그렇게
전국에 계신 4-H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꼭 이루시기를 빕니다.
2003.10.1
충남 당진 미호중학교 교사 이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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